물리량들은 길이($L$), 질량($M$), 시간($T$), 혹은 이들을 조합한 속성을 가진다. 우리는 위의 세 가지를 물리량의 기본차원이라고 부를 것이다.
단위는 차원에 치수를 지정한 것으로 예컨대 미터는 길이의 단위이다. 우리는 보통 SI 단위계를 채용하여 미터($m$), 킬로그램($kg$), 초($s$)를 길이, 질량, 시간의 단위로 사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으로 차원은 [$MLT^{-2}$]이며 SI 단위계에서 [$kg \cdot m/s^2$]의 단위를 가지는데, 이 단위를 간단히 줄여서 뉴턴($N$)이라고 부른다.
$1 kg + 1 m$가 무의미한 계산이듯이, 물리의 모든 식에서 더하거나 빼는 항끼리는 같은 차원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예컨대 낙하하는 물체의 운동방정식 $$ \frac{d^2 z}{dt^2} + g = 0$$ 에서 좌변과 우변은 모두 가속도[$MLT^{-2}$]라는 공통의 차원을 가진다.
초기 위치 $z_0$와 초기 속도 $v_0$로부터 이 방정식을 푼 결과인 $$z = z_0 + v_0 t - \frac{1}{2} gt^2$$ 에서도 모든 항은 길이[$L$]의 차원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예로 든 낙하 문제에 어떤 길이 척도 $\lambda$와 시간 척도 $\tau$가 존재한다고 해보자 (예컨대, $\lambda=1m$이고 $\tau = 1s$).
$z' = z/\lambda$로, $t' = t/\tau$로 놓는다면 위 방정식을 $$ \frac{d^2 z'}{d{t'}^2} = - \frac{g\tau^2}{\lambda}$$ 로 고쳐쓸 수 있다. 이 때에 우변은 차원이 없는 무차원수이다. 무차원수는 단위계를 바꾸어도 그 값이 변하지 않는다.
만일 $\tau$가 10배가 된다면 $\lambda$는 100배가 되었을 때에 이 무차원수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동일한 무차원수를 가지는 현상들은 적절히 확대 혹은 축소해서 보았을 때에 구분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g\tau^2/\lambda$라는 숫자를 한 덩어리로 간주해서 이 양을 통해 현상들을 분류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즉 서로 다른 중력가속도 하에서, 서로 다른 시간 $\tau$ 동안 서로 다른 거리 $\lambda$를 낙하하는 물체의 궤적들 $z(t)$를을 그린다고 상상해보자. 가로축을 $t/\tau$로 그리고 세로축을 $z/\lambda$로 그리면 $g\tau^2/\lambda$가 일치하는 물체들의 궤적끼리는 정확하게 겹칠 것이다. 수학적으로 정리해서 써보면, 어떤 함수 $f$가 있어서 $$\frac{z}{\lambda} = f \left(\frac{t}{\tau}, \frac{g\tau^2}{\lambda} \right)$$ 처럼 쓸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이다. 처음의 운동방정식만 생각하면 $z$가 $t, g, \tau, \lambda$ 등 연관된 모든 변수에 의존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독립변수의 수는 훨씬 적다. 이는 실험을 할 때에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엄청나게 줄여줄 수 있다. 무차원수끼리의 함수 관계가 성립한다는 점에 유의하라.
영화에서 미니어처를 만든 다음 고속 촬영을 통해 주위 물체가 천천히 떨어지는 것처럼 하면 마치 거대한 물체를 찍은 것처럼 눈속임할 수 있는데, 이것도 $\tau$와 $\lambda$를 적절히 조정해 무차원수의 값을 같게 만듦으로써 미니어처와 거대한 물체를 구분할 수 없도록 눈속임하는 것이다. 실험에서는 이러한 것을 시늉내기(simulation)라고 부른다.
이러한 무차원수의 분석은 통계역학과 유체역학과 같은 분야에서 정확한 운동 방정식을 세울 수조차 없는 복잡한 경우에도 종종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즉
동물의 보행 속력 $s$가 다리 길이 $L$과 중력가속도 $g$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정하자. 이로부터 만들어낼 수 있는 무차원수는$s/\sqrt{lg}$이다. 나아가 보폭을 $S$라고 했을 때 $S/L$도 무차원수이다. $$ S/L = f(s/\sqrt{Lg})$$ 라고 가정하고 여러 동물들에 대해 이 관계를 시험해보면 실제 상당히 깨끗한 선형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관계식으로부터 공룡의 보행속력을 추정해볼 수 있다.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양성자에 전자기적으로 묶여있으므로 그 반지름을 결정하는 데에 다음의 양이 등장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 \left[ \frac{e^2}{4\pi \epsilon_0} \right] = [r^2 F] = [ML^3 T^{-2}]$$ 전자기력이 원운동할 때의 변위로 나타나려면 전자의 질량 $m_e$ 역시 포함되어야 하고 이는 [$M$]의 차원을 가진다.
양자역학에 대한 고려에서 플랑크 상수 $\hbar$를 도입하고 ($[\hbar] = [ML^2 T^{-1}]$), 수소 원자의 반지름을 $a_0$라고 하면 가능한 무차원수는 $$\frac{\hbar^2}{a_0 m_e (e^2/(4\pi \epsilon_0))}$$ 뿐이다. 이로부터 $$a_0 \propto \frac{\hbar^2}{m_e (e^2/(4\pi \epsilon_0))}$$ 라고 추론할 수 있다. 물론 비례상수는 차원 분석에서 전혀 결정되지 않지만 이 경우 다행히 $O(1)$이어서 좋은 결과를 준다.
수면파의 속력을 결정 짓는 요소가 중력가속도 $g$, 수심 $h$, 파장 $\lambda$, 그리고 유체의 밀도 $\rho$라고 하자. 차원 분석을 통해 무차원수끼리 연결시켜보면 $$\frac{c}{\sqrt{gh}} = f\left( \frac{h}{\lambda} \right)$$ 를 추측할 수 있다. 얕은 물에서는, 즉 $h/\lambda \to 0$에서는 $$c \sim \sqrt{gh} ~ f(0) \propto \sqrt{h}$$ 이다. 물론 $f(x)$가 $x \to 0$로 가는 과정이 매끈한지는 차원분석만으로 알 수 없다.
사실 길이 차원을 갖는 변수가 $h$ 말고 $\lambda$도 있으므로 아래처럼 적어도 된다: $$c = \sqrt{g \lambda} \tilde{f} \left( \frac{h}{\lambda} \right).$$ 이 때에 $h/\lambda \to 0$의 극한을 고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식적으로 이런 경우 $\lambda$는 $c$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x \to 0$에서 $\tilde{f}(x) \sim x^{1/2} f(x)$라면 $\lambda$에 관한 항이 상쇄되어 사라지고 최종 결과는 위에서 $f$만을 가지고 쓴 것과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