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of Contents

의미

열역학의 관점에서 계가 주고받는 양이 에너지일 때 열평형, 부피일 때 역학적 평형, 입자일 때 확산 평형이 이루어진다.

열평형을 위주로 설명하면, 우리가 보는 계가 고립되어 주위 환경과 에너지를 주고받지 못한다고 가정하자. 역학에 의하면 이 계의 내부 에너지 $U$가 보존되므로, 계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미시 상태에서 $U$가 같은 값으로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대개 굉장히 많은 수의 미시 상태가 이 $U$의 값에 대응될 수 있고, 계는 이 미시 상태들에 대해 어떤 확률 분포를 가지게 될 것이다. 평형은 이 확률 분포가 시간에 무관하게 일정하다는 사실로 특징 지을 수 있다. 따라서 이 계를 기술하는 거시적인 변수들 역시 시간에 대해 불변일 것이다.

어떤 계의 거시 변수가 시간에 대해 불변한다는 이유로 반드시 평형인 것은 아니다. 이 계와 환경을 합쳐서 만들어진 전체 고립계가 평형에 있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정상 상태(steady state)라고 불린다. 즉 정상 상태는 평형보다 넓은 개념이고, 평형은 정상 상태의 특별한 경우이다. 예컨대 구리 막대의 한 쪽을 램프로 가열하고 반대쪽을 대기 중에 둔다면, 막대를 따라 의 흐름이 시간에 대해 일정해지면서 정상상태에 도달한다. 그러나 전체 계를 생각해보면 램프와 대기가 모두 변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평형이 아니다.

계 A가 다른 계 B와 평형을 이루고 있다는 표현은, A와 B로 이루어진 전체 계가 고립되어 평형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중요성

평형 상태에서는 압력 $p$, 온도 $T$ 등의 상태 함수들을 안정되게 정의할 수 있다. 이들 사이의 관계식인 상태 방정식을 알면 거시적인 측정 결과들을 예측 가능하게 연결지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N$개의 입자를 가지는 계의 상태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6N$ 개에 해당하는 자유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이는 미시 상태라 불리는 것으로서, $N$이 아보가드로 수에 육박한다면 이런 식의 기술은 바로 효용성을 잃는다. 반면에 거시 변수들의 숫자는 $6N$에 비해서 매우 적다.

거꾸로 계가 비평형 상태에 놓이게 되면 계의 상태를 제대로 기술하기 위해 필요한 자유도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엔트로피에서 서술하다시피 다소 주의해야 하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평형에서 엔트로피가 최대가 된다고 표현되곤 한다. 베이즈 방식의 해석에 따르면 가장 적은 양의 정보로 계를 기술하게 되는 것이므로 거시 변수의 수가 적다는 사실과 부합한다.

평형화

이론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계가 반드시 평형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평형에 이르지 않은 채 위상 공간 상에서 주기 궤도를 도는 계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Greiner의 Example 2.5를 참조.

이 예가 너무 인위적이라고 생각된다면 푸앵카레 재귀 정리와도 연결지어 생각해보라. 페르미-파스타-울람 문제 역시 열평형화(thermalization)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계가 주기적 거동을 보였기 때문에 주목 받은 것이었다.

즉 고립계가 일반적으로 무슨 조건 하에서 어떻게 평형에 도달하는지는 여전히 난제이다. 일반적으로 양자역학에서 시작해 이 문제를 연구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