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학자의_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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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브나르그 Luc de Clapiers, Marquis de Vauvenargues (1715-1747)

소화 불량이면서 많이 먹는 사람, 이것이 대부분 학자의 머리 속을 정확하게 나타낸 말이다.

릴케, [말테의 수기]

예를 들면 펠릭스 아르베르의 임종 모습을 옮겨적는 사람을 상상할 수는 없을까? 병원에서였다. 조용하고 침착한 죽음이었기 때문에 간호하던 수녀는 그가 실제 숨을 거두기도 전에 이미 마지막 길을 떠나버린 줄 알았다. 그녀는 무엇 무엇이 어디에 있다면서 밖을 향해 큰 소리로 지시를 했다. 그다지 교육을 받지 못한 수녀였다; 그 때 부득이 'Korridor(복도)'라는 단어를 써야했는데 글로 쓰여져 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Kollidor'라 읽는 줄 알고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이를 듣고 아르베르는 죽음을 잠시 미루었다. 이 문제를 명확히 해두는 게 먼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또렷하게 정신을 차리고는 'Korridor'라고 정정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죽었다. 그는 시인이어서 애매한 것은 질색이었다. 어쩌면 그에게 이 일은 진실에 관한 문제였을 것이다. 혹은 이 세상이 이토록 무신경하게 굴러간다는 것을 삶의 마지막 인상으로 가져간다는 게 언짢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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