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학자의_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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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브나르그 Luc de Clapiers, Marquis de Vauvenargues (1715-1747)

소화 불량이면서 많이 먹는 사람, 이것이 대부분 학자의 머리 속을 정확하게 나타낸 말이다.

릴케, [말테의 수기]

예를 들면 펠릭스 아르베르의 임종 모습을 옮겨적는 사람을 상상할 수는 없을까? 병원에서였다. 조용하고 침착한 죽음이었기 때문에 간호하던 수녀는 그가 실제 숨을 거두기도 전에 이미 마지막 길을 떠나버린 줄 알았다. 그녀는 무엇 무엇이 어디에 있다면서 밖을 향해 큰 소리로 지시를 했다. 그다지 교육을 받지 못한 수녀였다; 그 때 부득이 'Korridor(복도)'라는 단어를 써야했는데 글로 쓰여져 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Kollidor'라 읽는 줄 알고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이를 듣고 아르베르는 죽음을 잠시 미루었다. 이 문제를 명확히 해두는 게 먼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또렷하게 정신을 차리고는 'Korridor'라고 정정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죽었다. 그는 시인이어서 애매한 것은 질색이었다. 어쩌면 그에게 이 일은 진실에 관한 문제였을 것이다. 혹은 이 세상이 이토록 무신경하게 굴러간다는 것을 삶의 마지막 인상으로 가져간다는 게 언짢았는지도 모른다.

메다워, [젊은 과학도에게 드리는 조언]

연구에 활용되는 기술과 보조적 수단들이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초보자는 쉽게 겁을 먹고 “준비”하기 위하여 연구하는 것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 연구하는 것이 어떻게 진행되어 갈지, 또 실제 연구에서는 어떤 종류의 기술이 필요할지를 미리 알지 못하므로, 이와 같은 “준비” 과정은 끝이 없으며 정신적으로도 해롭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또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고, 우리가 이미 습득한 기술보다 더 많은 기술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과 보조적 수단들을 배우게 하는 큰 유인책은 이를 시급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주 많은 과학자들은 (나 자신도 분명히 이 중의 한 사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기법을 터득할 필요성이 절실해질 때까지는 배우고 터득하지 않는다 - 필요성이 절실하면 절실할수록 아주 빨리 배워지고 터득된다. 항상 “준비”만 하는 사람, 그리고 학위와 자격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신을 고달프게 하는 “야간 학교 단골 손님”이 되려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절박감이 결여되어 있다.

우치다 타츠루,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아름다운 대답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도대체 언제가 되면 알겠는가. 모르겠는가. 속임수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야. 인간의 알맹이가 정해지는 것은 그를 불안케 하는 것에 의해서지, 그를 안심시키는 것에 의해서는 아닌 게야.” (레비나스의 스승 슈샤니의 말이라 전해짐)

How to Prof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과학 및 과학적 객관성은 과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객관적'이고자 하는 개인적 노력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다 (유래할 리도 없다). 그런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들의 우호적-적대적 협동(friendly-hostile cooperation of many scientists)에서 유래한다. (중략) 우리가 '과학적 객관성'이라고 일컫는 것은 과학자의 개인적인 비당파성의 산물이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의 사회적 또는 공공적 성격(social or public character of scientific method)의 산물이다. 그리고 과학자의 개인적인 비당파성은 (만일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사회적 또는 제도적으로 구축된 과학적 객관성의 성과인 것이지, 그 기원은 아니다.

파인만의 편지

막스 베버, 사회과학방법론

피셔(F. Th. Vischer)의 말을 빌린다면, '소재수집가(Stoffhuber)'와 '의미탐색자(Sinnhuber)'가 있다. 전자는 오직 기록자료와 통계표 그리고 설문조사표들로 허기를 채울 뿐 새로운 아이디어의 세련에는 무감각하다. 후자의 미식취향은 늘 새로운 지적 섬세함에 빠져 사실에 대한 미각을 상실해버린다. 진정한 예술가적 재능은 - 역사가들 중에서는 랑케(Ranke)에게서 뚜렷이 볼 수 있는데 - 이미 알려진 사실을 알려진 관점에 따라 해석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부터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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