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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두 개의 성이 있을 경우 수컷과 암컷의 비율이 왜 1:1로 맞춰지는지를 설명하는 이론. 군집의 관점에서 생각할 경우 가능한 한 암컷을 많이 만드는 쪽이 수를 불리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질문이 제기되었다.

설명

$P$라는 세대에 속한 수컷 하나가 $n$ 마리의 자손을 남긴다고 하자. 그 자손 중 수컷의 비율을 $x$, 암컷의 비율을 $1-x$라고 하면, 이 수컷 하나가 가지는 자손 중 암수의 숫자는 각각 $xn$과 $(1-x)n$일 것이다.

이런 자손들 모두가 모여서 $N$ 마리로 이루어진 $G_1$ 세대를 만든다. 이 중 수컷의 비율은 $X$이고 암컷의 비율은 $1-X$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G_1$으로부터 $G_2$ 세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럼 애초의 $P$ 세대 중 임의의 한 마리(편의상 수컷이라고 가정하자)를 택했을 때 그것이 두 세대 이후인 $G_2$에 유전적으로 기여하는 바($C_m$)를 계산하고자 한다.

먼저 $G_1$과 $G_2$ 사이를 생각하자. $G_1$ 안에는 $NX$의 수컷이 있고 이들이 $G_1$으로부터 $G_2$로 전달되는 유전자 중 절반을 제공한다. 따라서 $G_1$에 속하는 수컷 한 마리의 평균 기여는 $1/2 \times (NX)^{-1}$일 것이다.

우리가 택한 $P$ 세대의 수컷 한 마리는 $nx$의 수컷 자손을 남겼으므로, 이들이 $G_2$에 전달한 양은 $nx/(2NX)$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암컷 자손들이 $G_2$에 전달한 양은 $n(1-x)/[2N(1-X)]$이다.

두 기여분을 합하면 $P$ 세대의 수컷 한 마리의 암수 자손들 모두를 통해 $G_2$에 전달된 양이 되는데, 자손들에게는 유전자의 절반만을 건네주었을 것이므로 결국 이 수컷 한 마리가 기여한 바는 다음과 같다: $$C_m = \frac{1}{2} \left[ \frac{nx}{2NX} + \frac{n(1-x)}{2N(1-X)} \right].$$

수컷 자손을 낳는 비율 $x$가 어떤 유전자의 결과라고 해보자. $X=0.5$라면 $C_m = n/(2N)$으로 $x$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반면 $X<0.5$라면 큰 $x$를 가지는 편이 유리하고 $X>0.5$라면 작은 $x$를 가지는 편이 유리하다.

따라서 전체 군집의 성비는 $0.5$ 쪽으로 수렴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X=0.5$가 진화적으로 안정하다.

설령 성인기까지 살아남는 확률이 수컷과 암컷에서 $s_1$과 $s_2$로 다르다고 해도 $$C_m = \frac{1}{2} \left[ \frac{nxs_1}{2NXs_1} + \frac{n(1-x)s_2}{2N(1-X)s_2} \right]$$ 로서 생존확률이 정확히 상쇄되면서 위와 동일한 결과를 얻는다.

암수의 비용이 다를 경우

어머니 하나가 $n$ 명의 자손을 키우는데, 양육에 투자할 수 있는 총 자원의 양이 $E_T$라고 하자. 아들 하나가 요구하는 자원이 $E_m$, 딸의 경우 $E_f$라면 $$E_T = x n E_m + (1-x) n E_f$$ 이므로 $$n = E_T / [xE_m + (1-x)E_f]$$ 로서 $x$의 함수가 된다. 이를 표시하기 위해 첨자를 붙여 $n = n_x = n(x)$라고 하자.

이제 위에 썼던, 유전적 기여도에 대한 식을 고쳐 쓰자. 어머니의 숫자가 $M \gg 1$이라면 \begin{eqnarray*} C_m &=& \frac{1}{4} \left[ \frac{n_x x}{Mn_X X} + \frac{n_x(1-x)}{M n_X (1-X)} \right]\\ &=& \frac{1}{4M} \left[ \frac{XE_m + (1-X)E_f}{xE_m + (1-x)E_f} \right] \left( \frac{x}{X} + \frac{1-x}{1-X} \right) \end{eqnarray*} 인데 안정한 $X$라면 $\left. \partial C_m / \partial x \right|_{x=X}=0$의 조건을 만족할 것이다. 풀고 결과를 정리해보면 $XE_m = (1-X)E_f$로서 양 쪽에 들어가는 자원의 총량이 같아짐을 볼 수 있다 [Pen & Weissing (2002)].

유전 모형

간단한 반수체(haploid) 모형을 통해 위 식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해볼 수 있다.

군집 안에 대립형질 a와 A가 있다고 하자. 암컷 중 a를 가지는 비율을 $q_f$, 수컷 중 a를 가지는 비율을 $q_m$이라고 하자. 또 암컷이 a를 지닐 경우 아들의 비율은 $m$이고 A를 가질 경우에는 $m^\ast$라고 하자 (수컷은 아들인지 딸안지의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자식이 부모 중 어떤 쪽의 대립형질을 가져갈지는 반반의 확률이라고 놓는다. 정리하면 다음의 표가 된다.

아들
짝짓기 유형 (암 $\times$ 수) 빈도 a A a A
a$\times$a $q_f q_m$ $(1-m)$ $m$
a$\times$A $q_f (1-q_m)$ $\frac{1}{2}(1-m)$ $\frac{1}{2}(1-m)$ $\frac{1}{2}m$ $\frac{1}{2}m$
A$\times$a $(1-q_f) q_m$ $\frac{1}{2}(1-m^\ast)$ $\frac{1}{2}(1-m^\ast)$ $\frac{1}{2}m^\ast$ $\frac{1}{2}m^\ast$
A$\times$A $(1-q_f) (1-q_m)$ $(1-m^\ast)$ $m^\ast$

그러면 다음 세대에서 암컷이 a를 가질 확률은 (딸이면서 a를 가지는 비율)/(전체 딸의 비율)로서 계산되므로 $$ q_f' = \frac{q_f q_m (1-m) + \frac{1}{2} q_f (1-q_m) (1-m) + \frac{1}{2}(1-q_f)q_m (1-m^\ast)}{q_f (1-m) + (1-q_f) (1-m^\ast)} $$ 이고 마찬가지로 다음 세대에서 수컷이 a를 가질 확률은 다음처럼 구해진다. $$ q_m' = \frac{q_f q_m m + \frac{1}{2} q_f (1-q_m) m + \frac{1}{2} (1-q_f)q_m m^\ast}{q_f m + (1-q_f) m^\ast}. $$

이제 A가 기존 군집에 퍼져있는 형질이고 a라는 돌연변이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보자. 즉 $q_f$와 $q_m$이 매우 작은 상황이다. 그러면 위의 식은 다음처럼 근사된다: $$ \begin{pmatrix} q_f' \\ q_m' \end{pmatrix} = \begin{pmatrix} \frac{1}{2}\frac{1-m}{1-m^\ast} & \frac{1}{2}\\ \frac{1}{2}\frac{m}{m^\ast} & \frac{1}{2} \end{pmatrix} \begin{pmatrix} q_f \\ q_m \end{pmatrix}. $$ 위에 등장한 $2 \times 2$ 행렬을 $M$이라고 부르자. 그 고유값들이 모두 1보다 작으면 이 돌연변이는 기존 군집을 침범하지 못하고 쫓겨날 것이다. 고유값이 1이 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text{det}(M-I) = 0$인데 이는 다음처럼 정리된다: $$ 1 = \frac{1}{2} \left( \frac{1-m}{1-m^\ast} + \frac{m}{m^\ast} \right).$$ 이는 저 위의 식과 비교해보면 $C_m = \frac{n}{2N}$으로 정확히 다른 개체들과 같은 정도로 기여하는 상황에 해당한다. 고유값의 일반적인 표현식을 보면, $m^\ast < 1/2$일 때에는 $m>m^\ast$일 때에, 그리고 $m^\ast > 1/2$일 때에는 $m < m^\ast$일 때에 돌연변이가 자라날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m^\ast=1/2$이라면 $m$이 어떤 값을 가지든 차이가 없다.

당초 $C_m$이 한 “개체”의 유전적 기여를 기술함에 주의할 것. 선택은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나므로 이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 모형에서 a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어느 개체의 기여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위의 고유치 분석에서는 a가 돌연변이로서 혼자 나타난다고 가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즉 돌연변이가 일어난 직후에는 a가 한 개체로부터만 나오므로 a의 증감이 돌연변이 “개체”의 유전적 기여로 나온다고 간주해도 된다.

$(q_f, q_m) \rightarrow (q_f', q_m')$을 결정해주는 원래 식을 세대를 반복하며 풀어보면 새로운 a는 기존의 A와 공존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다시 돌연변이 $a'$이 들어오면, 기존의 A와 a를 가지고 이들과 동등한 효과를 주는 가상의 단일 군집 A$_{\text{eff}}$를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이 주는 성비는 $m$과 $m^\ast$의 가중평균인 $m_{\text{eff}}^\ast$이 될 것이다. 그러면 위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할 수 있게 된다. 즉 평균 성비가 낮은 군집에서는 이를 끌어올리는 돌연변이가 자라나고 평균 성비가 높은 군집에서는 끌어내리는 돌연변이가 자라남으로써 전체 군집의 성비를 1/2로 맞추려 할 것이다.

이 동역학의 보다 상세한 분석은 [Kim et al. (2019)]을 참고할 것.

가정 및 검증

[West (2009)]에 따르면, 피셔의 원리가 가정하고 있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친척들 간의 협력이나 경쟁 같은 상호작용이 없음
  2. 환경 조건이 암수에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음
  3. 연령 분포가 안정적
  4. 부모가 성비를 제어
  5. 성 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대립형질은 멘델의 법칙을 따름

이 가정들을 하나씩 완화할 때마다 하나의 분야가 개척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첫째 가정을 완화한 이론이 한곳 짝짓기 경쟁 등이고 두 번째 가정을 완화한 이론이 트리버스-윌라드 가설이 되는 식이다.

피셔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일이 보기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위의 가정들을 만족하는 생물군을 찾는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암컷 및 수컷 자손에 행한 `투자'를 하나의 척도로써 셈하고 비교하는 일 역시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투자의 양을 직접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대신 성비를 인위적으로 흐트렸을 때에 제자리로 돌아가는지를 봄으로써 피셔의 이론을 검증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기존 성비로 돌아오면서 속력이 점점 늦어지는 것까지도 이론적인 예측과 맞추어볼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도 이것이 단순히 평균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성질이 아닌지, 유전자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속력이 늦어지는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등 대안적인 설명과 나란히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기생말벌을 가지고 실험하여 피셔의 원리가 예측한 바와 부합하는 결과를 얻은 사례가 있다 [Hunter & Godfray (1995)]. 어떤 종에서는 수컷을 낳기 위한 숙주와 암컷을 낳기 위한 숙주가 따로 있는데, 숙주의 수가 부족할 때에는 숙주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다. 암수 양 쪽에 같은 자원을 배분하기 위해, 숙주가 보이는 대로 거기에 맞는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자손의 성비는 숙주의 비율을 따라가게 된다. 반면 숙주의 수가 넉넉할 때에는 낳을 수 있는 알의 수가 중요한 자원이 되므로 암컷과 수컷에 같은 수의 알을 배분하여 성비가 1:1에 근접한다.

참고문헌